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받은 두 번째 레이오버 도착지인 누르술탄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경이었다.
여기서 다시 서울로 가는 비행기는 12시여서 나에게는 8시간정도 비어있었다.
시간도 있겠지.나는 이번에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기로 했다.
공항 바로 앞 정류장에서 시내 직행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렸다.
어제 저녁부터의 장거리 비행과 오전부터의 알마티 여행으로, 꽤 몸은 지쳐있었다.
정신차리고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서 버스가 오고있었다.
인터넷으로 확인해보니, 그 버스가 맞는것 같지만… 그래도 항상 2번 확인하고 나쁠것은 없을것이다!
나는 그 버스가 시내로 가는 버스인지 확인하고 싶어 마침 근처에 있던 카자흐스탄 남자에게 물어봤다.
저 버스가 시내로 가는 버스죠?”그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곧이어지는 질문한국에서 왔습니까.「그렇다」라고 말했다.
버스가 막 다가와 버스에 오르자 이 사람이 먼저 타고 2인분의 버스비를 먼저 계산했다.
그리고 내가 돈을 내려고 하면 본인이 이미 냈으니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한다.
이럴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여행객에 대한 호의라고 생각해 고맙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스파시바!
’
초면부터 이렇게 친해질 줄 몰랐는데 이 사람은 자연스럽게 어디에 앉느냐고 내게 묻더니 나도 모르게 저기 2인석에 가서 앉자고 했다.
자리에 앉아서 이 사람은 한국인인 내가 궁금했는지 카자흐스탄은 어떻게 왔는지 물어보고, 케이팝이 카자흐스탄에서 얼마나 인기 있는지에 대해 계속 이야기했다.
이 사람은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한국 음악, 드라마, 그리고 패션 등에 관심이 많다며 최근에는 카자흐스탄 팝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밴드 중 하나가 한국 방송에 나온 적이 있는데 혹시 들어봤는지, 혹시 이 밴드가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지 물어봤다.
이 밴드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미안, 내가 TV를 잘 안 봐서.”
그러자 다소 실망한 표정이었다.
내가 조금만 더 말주변이 없었다면 감정을 상하지 않도록 더 잘 말할 수 있었을텐데.. 너무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이런 면이 가끔은 좋지 않다.
시내에서 뭐 해?응, 밥 먹고 둘러보려고. 넌 뭐 할 거야?”
그러면 본인도 시내에서 밥을 먹는다고 한다.
아니, 집에 가는 게 아니라?그러더니 갑자기 무슨 음식을 먹을 거냐고 물었다.
피자? 샐러드? 아니면 중국집? 이러면서 갑자기 자기가 잘 아는 중국집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실제로도 중국 음식을 좋아하니 그곳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뜻밖의 여행가이드=분명 중국집을 찾아가나 했더니 A(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카자흐스탄 남자. 지금부터 A라고 밝힌다)와 버스에서 내리자고 하자 갑자기 시내 구경을 시키기 시작했다.
난 사실 좀 엉뚱했지만 그래도 A씨가 좋은 의도를 갖고 이러는 걸 느꼈기 때문에 잠자코 하자는 대로 따르기로 했다.
처음엔 한 큰 쇼핑몰에 데려갔는데 이때는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갔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이곳은 카자흐스탄 최대 규모의 한 셔틀백화점이었다.
정말 큰 백화점이었어 끝이 없을 정도로 A 씨는 카자흐스탄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 패션이 얼마나 인기 있는지 보라고 말했다.
‘쟤네들 봐’ 다 한국 스타일 옷 입고 있는데 그리고 한국에서 커플옷 많이 입지? 그래서 카자흐스탄에서도 커플옷이나 커플 아이템을 맞춰 입는 것이 유행이야.”
실제로도 대부분의 카자흐스탄 젊은이들이 한식을 입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누가 말하지 않았더라면 한국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카자흐 민족은 한국인과 생김새가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같은 커플도 정말 많았고 한국 커플처럼 곁에 있으면서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도 비슷했다.
그런 모습이 참 귀엽기도 하고 보기 좋았다.
누르술탄은 알마티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발전했는데 두바이와 상당히 비슷했다.
고층과 현대식 건물들이 세련되어 마치 미래 도시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은 아니지만 개성적이고 화려한 건물이 멋지고 추운 날씨에도 셔터를 눌러댔다.
그렇게 A씨가 질질 끌고 다니니 어느새 피곤했던 몸이 더 피곤해지고 배도 고팠다.
그리고 왜 이렇게 추운지!
살면서 정말 추워서 못 견디겠다는 정도의 추위는 세 번만 느껴봤지만 첫째는 무르만스크(러시아 최북단에 있는 도시다.
세계에서 북극에 가장 가까운 맥도널드가 이곳에 있다)에 오로라를 보러 여행을 갔을 때(이 도시는 그냥 밖으로만 나가도 춥다.
여기 있던 매 순간이 추웠던 기억밖에 없어. 두 번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28도 날씨에 치마를 입고 회사로 갔을 때(밖에 롱패딩을 입어도 세포 하나하나가 마비될 줄 알았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누르술탄부터였다.
알고 보니 늘술탕의 추위는 세계적으로 유명했다.
심지어 겨울 최저기온이 50도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A, 중국집은 언제 도착하나?”추워? 조금만 더 가면 돼!
”
하지만 그 조금이 아니었다!
A는 이 정도 추위에는 익숙해졌는지 아무렇지도 않은 듯 510분만 더 가면 된다며 나를 부축했다.
하지만 난 지금 당장 죽을 것 같았다고…!
결국 택시를 불렀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A가 추천하는 중국집 도착!
도착한 레스토랑은 전통적인 중국요리라기보다는 퓨전 아시안레스토랑에 가까웠다.
알고 보니, CIS권에서 꽤 인기있는 체인점이었다.
도착하자, A가 점원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자리를 마련해 주었는데, 무엇을 특별 지시하고 있는가 했더니, 이것도 나중에 안 것인데 A가 이 레스토랑의 매니저라고 했다.
흐음… 그래서 여기 오자고 했구나
A 씨는 이 메뉴, 저 메뉴가 맛있다고 몇 가지 음식을 시켜 매니저가 받는 특별한 혜택이 있다고 계산도 본인이 했다.
그렇게 밥을 먹고 나서 A는 집으로 갔고, 나는 베이테크 전망대를 보러 갔는데 끝까지 택시 운전사에게 조심해서 가 달라고 특별히 부탁했다.
나는 A에게서 받은 것이 너무 많아서 고마웠지만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다 해 주고 싶었는데 짐은 다 맡기지 않아서 그나마 알마티 전통시장에서 산 천연꿀을 생각하며 천연꿀과 터키에서 산 기념 마그네틱을 선물했다 물론 이것은 A가 오늘 나에게 해준것에 비하면 아주 작은 선물이었다.
A가 왜 나에게 이렇게 잘해줬는지 생각해봤다.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한국인이라서 그런 것 같다.
나는 외모적으로도 꽤 평범한 편이었고, 특히 이날은 두 번이나 비행기를 타기에 너무 지저분한 상태였다.
그러니까 생김새가 호감이라서 그럴 리가 없고… 아마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인기가 많아서, 내가 한국인이니까 이렇게 잘해주지 않았을까?
한국 문화가 중앙아시아와 극동 러시아 지방에서 인기가 높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들도 인기가 있다지만 학교 선배 중 한 명은 시베리아로 교환 유학을 갔을 때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줄 정도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실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다니 정말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더 미안했던 것 같아 한국을 이렇게 좋아하고 잘 아는 나라인데도 정작 카자흐스탄에 대해 잘 아는 게 없었다.
그래서 나중에 공항에서 카자흐스탄에 대한 얘기도 하고 공부도 했다, 또 A가 얘기한 카자흐스탄 그룹도 찾아봤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카자흐스탄과 한국의 양국 간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고 양국 국민이 서로를 더 많이 알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그리고 A. 정말 고마워!
너 덕분에 카자흐스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