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를 번역한 김준철 번역가가 엮어 신지수 작가가 그린 인도의 옛 이야기다.
옛날 인도에서 씻기 싫어하는 왕이 몸을 씻고 걷다가 발이 더러워지는 것을 보고 땅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라는 명령을 내린다.
참빗에 물을 뿌려도 해결은커녕 다른 문제가 생긴다.
가죽으로 세상을 덮으면 발은 깨끗하게 유지된다.
왕이 기뻐하지만 한 여자아이가 문제 제기와 동시에 해결책을 제시한다.
우리는 문제에 직면하면 한 가지 방면에서 생각하게 되고 그 방향을 바꾸기가 힘들어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가 많다.
어떤 때는 문제의 본질조차 꿰뚫지 못하고 엉뚱한 해결책을 고집할 때가 있다.
왕은 발을 깨끗하게 유지하려 했다.
청결을 방해하는 먼지를 제거하면 될 것 같아 더욱더 강력한 해결책을 강구해 보았다.
브러싱, 물뿌림, 가죽으로 덮는다.
그러나 신발을 만들어 신는 간단한 방법으로 발을 더럽게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은 알게 되는 순간 매우 쉬워 보이지만 당연한 것은 아니다.
왕 자신과 명령에 따르는 주변인은 의심하지 않고 명령을 ‘말 그대로’ 받아들였다.
내 다리는 깨끗한데 땅이 더럽네요.”땅을 깨끗이 해라!
” 당장 먼지를 꺼라!
왕은 깨끗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빗어 물을 뿌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가 안심하고 숨쉬며 안전한 나라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욕구)은 충족시키지 못했다.
마지막 방법인 가죽으로 세상을 덮는 방법은 생명체를 죽이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명 유지가 불가능한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깨끗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것은 신발을 만들 정도로 가죽만 있으면 된다는 점이었다.
사고의 전환은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여자아이는 용기 있는 행동을 했다.
관찰한 바를 말했다.
왕이여, 가죽이 땅을 덮으니 풀도 나무도 자라지 않는 것입니다.
풀도 나무도 자라지 않으면 사람도 동물도 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왕이 원하는 바를 확인했다.
세상이 맑아질 필요는 없다.
왕의발만예쁘면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인은 왕이 땅을 깨끗이 하라고 외치는 장면을 읽을 때마다 깔깔거리며 웃었다.
터무니없어서일까.
우리는 중요한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할 때 중요한 만큼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고 추측한다.
그러나 아주 작은 변화, 여기서는 신발을 신는 것, 이 정도면 충분할 때가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이 채우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는 욕구는 생각보다 쉽게 충족시킬 수 있음을 일깨워 준 책이다.